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일까? 2020-11-02 14:44:56

얼마 전 크게 논란되었던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 및 각종 주거침입강간 미수 혹은 강간 사건들 그리고 10세 여아 성폭행 사건들 등 강간 범죄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들을 수사하고 판결할 때 우리나라는 현행법대로 판단하자면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저항했는지, 거부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는지 정도의 질문에 필수적으로 대답을 해야 합니다. 또한 강간이나 추행이 인정되려면 피해자가 폭행 또는 협박을 당했으며 그 수준이 현저히 저항이 곤란할 정도여야 하고, 적극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좋습니다.

현행법대로 앞으로도 계속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이나 그루밍 성폭력 등은 앞으로도 계속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있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입니다. 아마도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에서 피의자가 주거침입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고 언론에 보도가 되는 바람에 이 같은 댓글들이 눈에 띄었는데, 사실 동의하지 않은 관계는 세부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당연하게도 성범죄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의 유죄가 확정된 사례가 있죠.

'2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 12부(재판장 홍동기)는 안 전 지사의 공소사실 10건 중 2017년 8월 충남도청 집무실에서의 강제추행 1건을 제외한 9건을 유죄라고 인정하고, 안 전 지사에게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5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위 내용을 보면 아시다시피 강간죄로 처벌받은 것은 아닙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등에 의한 추행 등의 혐의가 인정되어 위와 같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인데요.

영미법 국가의 강간죄 관련 정의 중 동의란 당사자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야 하며, 관련된 행위와 속성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완전한 인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 경우 성관계와 행위들에 대한 충분한 인지가 힘든 아동청소년들에 대한 강간은 무조건 강간죄로 인정될 뿐만 아니라, 당사자의 동의 없이 행해진 행위라면 강간죄가 인정됩니다. 당사자의 동의가 없다는 말은 강제로 성행위가 이루어졌다는 말과 같기 때문인데요.

영미법의 경우처럼 우리나라 역시 강간죄의 구성요건에서 폭행 또는 협박을 빼고 동의로 바꿔야 한다는 여성 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힘으로 벗어나기 어렵고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피해자가 저항을 포기하거나 무력한 상태가 되는 성폭력도 있다"

"현행법은 얼마나 저항했고, 도망치거나 충분히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이유를 피해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폭력 관련 법체계는 여전히 구시대적 규정에 머물러 있다"

등의 주장을 펼치며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성 단체들의 요구대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면 안 전지사는 강간죄로 처벌받았겠죠.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03조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①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안 전지사가 징역 3년 6개월을 받은 것은, 재판부가 이미 강간죄와 대등한 정도의 죄가 있다고 여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어찌 됐건 앞으로도 '동의 없는 성관계'는 죄명을 떠나 유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마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여성 단체의 요구대로 강간죄로 처벌된다고 해도 처벌 수위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회의원들이 여성 단체들의 주장에 귀 기울여 발의한 법 개정안이 1년 가까이 계류 중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단지 죄명의 차이일 뿐이지 처벌 수위는 종전 판례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남녀가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의 동의는 필수입니다. 침대에 먼저 풀썩 눕는다거나, 진한 스킨십이 있었다거나, 잠깐 쉬고 싶다는 등의 말은 법적으로 관계에 동의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정황들만으로 관계를 맺었다가 상대방이 고소 의사를 밝힌다면 정말로 골치 아픈 법정싸움이 시작됩니다.

하룻밤 관계 말고도 세상 어떤 교류에도 암묵적인 동의는 'YES'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전 사례 신화 이민우 강제추행 무혐의 종결
다음 사례 강제추행, 강간 등 성범죄 피해 민사소송 손해배상청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