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명령의 절차와 정식재판청구 2020-11-02 14:33:50

약식명령?

검찰이 형사재판을 청구하는 일을 ‘공소제기(기소)’라고 부르죠. 검사 판단으로 무혐의 의견이 나오거나 기소유예가 된다면 재판에 가지 않지만, 기소가 되면 일정이 잡히고 형사재판이 시작됩니다. 재판이 열리면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해서 자신의 혐의, 즉 범죄사실을 인정하는지 혹은 부정하는지, 범죄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법원은 두렵고 낯선 곳이죠. 특히 피고인의 신분으로 법정에 선다는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두렵고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대해서는 법원 업무의 효율을 위해 법정에서 진행하는 형사재판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간단한 방식으로 처리하는 절차를 약식절차(略式節次)라 부릅니다. 약식절차는 굳이 법원에 출석할 필요가 없는,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재판이 생략된 절차입니다.

정리하자면 약식절차는 벌금형 등의 선고가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비교적 경미한 사건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도모함과 함께 공개재판에 따른 사회적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피고인의 심리적 부담도 완화해 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죠.

약식절차는

① 공판절차를 거치지 않고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점에서 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의 자백에 의하여 증거조사를 간편하게 하고 증거능력의 제한을 완화하는 특수한 공판절차인 간이공판절차(법 제286조의 2)와 구별되고,

②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벌금, 과료 또는 몰수의 형을 과할 수 있는 점에서 경찰서장의 청구에 의하여 벌금, 과료뿐만 아니라 구류, 무죄, 면소, 공소기각의 선고가 가능한 즉결심판절차(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 제2조, 제3조)와 구별됩니다.

약식절차의 진행 과정

(1) 검사의 약식명령 청구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자는 검사입니다. 검사가 모든 범죄에 대해서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벌금, 과료, 몰수에 처할 수 있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이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448조(약식명령을 할 수 있는 사건)

① 지방법원은 그 관할에 속한 사건에 대하여 검사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공판절차 없이 약식명령으로 피고인을 벌금, 과료 또는 몰수에 처할 수 있다.

② 전항의 경우에는 추징 기타 부수의 처분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살인을 저지르면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야 하고(형법 제250조 제1항), 벌금형을 내릴 수는 없으므로 살인죄와 같은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는 약식명령을 청구할 수 없겠죠.

일반적인 공소제기를 할 때에는 검사는 법원에 공소장 한 장만을 제출하는데, 이걸 공소장 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라고 합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지만 이것은 검찰의 ‘주장’일 뿐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와 각종 기록이 수사 과정에서 만들어지지만 공소제기 시에는 제출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증거들을 제출하면 재판을 하기도 전에 법관인 판사가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식재판과는 달리 약식절차는 다릅니다. 법원이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검사는 약식명령 청구를 하면서 증거서류와 증거물도 같이 법원에 제출하여 법원이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2) 법원의 사건심사 및 약식명령

법원은 약식명령 청구를 받으면 검사가 제출한 서류 및 증거물에 대한 심사를 ‘서면’으로 진행합니다. 그래서 검찰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범죄를 저질렀는지, 범인이 맞는다면 그에 대한 형벌은 어떤 것이 적정한지를 고민합니다.

검토 결과, 검찰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면 검사의 청구가 있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약식명령”을 합니다. 약식명령은 피고인에게 벌금, 과료를 내라고 하거나 몰수를 하겠다는 것을 알리는 것인데, 판결은 아니지만 유죄를 선고하는 판결과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검사가 약식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항상 약식명령을 내려야 하는 걸까요? 물론 그렇지는 않습니다. 약식절차가 아닌 정식재판으로 사건을 다룰 수도 있는데 크게 두 가지의 경우입니다. 첫 번째는 검사의 주장과 달리 피고인이 유죄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벌금, 과료, 몰수’와 같은 가벼운 처벌을 할 것이 아니라 보다 무거운 형벌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입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정식재판으로 회부하는 일은 종종 있는데, 메이저리거 강정호 선수도 그 경우입니다. 음주운전을 한 강정호 선수에 대해 검찰이 벌금 1,500만 원으로 약식명령을 청구하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식재판에 회부하였습니다.

(3) 피고인의 대응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을 받은 피고인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됩니다. 먼저 잘못해서 법을 어긴 걸 인정하고, 형벌도 받아들인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약식명령에 나온 대로 이행(대체로는 벌금 납부) 하면 됩니다. 법원에 왔다 갔다 하느라 시간을 써야 하고, 사람들 앞에서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는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으므로 다행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약식명령은 비교적 간편한 절차를 거치긴 했지만, 어쨌든 피고인의 행동이 유죄라는 법원의 판단입니다. 정식의 공판절차에서는 당사자인 피고인이 제1심 절차에서 인정되는 모든 공격과 방어의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자료까지도 충분히 제출할 기회가 보장되는 반면에 약식절차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한 서면심리에 의하는 바람에 피우고 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정식재판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다투어 볼 수 있습니다. 약식명령을 고지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식재판을 받을 수 없으므로 기간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맺으며

약식절차는 정식재판에 비해 간단하게 진행하는 형사절차입니다. 법원에 출석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약식명령의 장점이지만, 피고인이 제1심 절차에서 인정되는 모든 공격과 방어의 기회가 주어지고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자료까지도 충분히 제출할 기회가 보장되는 반면에 약식절차에서는 검사가 제출한 자료를 기초로 한 서면심리에 의하는 바람에 피우고 인이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습니다.

때문에 약식명령을 받고 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면, 변호사와 무료상담 뒤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만 이는 약식명령을 고지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 행하여야 하므로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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